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 기술 선도를 상징하는 ‘황(黃)의 법칙’을 사실상 포기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쪽으로 반도체 사업 전략을 수정했다. 출혈경쟁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경쟁업체들을 수익성 향상을 통해 완전히 따돌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11일 “한 발 앞선 선도기술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 시점에서는 선도기술 개발 역량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양산기술 업그레이드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황의 법칙’ 입증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지난 2월 개발한 ‘3차원 셀스택 기술’을 차세대 개발에 사용하지 않고 주력 제품인 32기가비트(Gb)와 64기가비트 제품에 적용키로 했다. 기술 선도보다 당장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양산 능력을 높이는 데 집중한다는 것이다. 3차원 셀스택 기술은 메모리셀을 연속으로 쌓는 기술로, 32·64기가 낸드플래시 양산에 적용할 경우 생산성이 30% 정도 높아진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이 같은 전략 변경은 삼성전자 반도체 신화의 상징인 ‘황의 법칙’ 입증에 집착하지 않고 양산능력을 높여 ‘치킨게임’에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황의 법칙’은 반도체 업계의 정설로 통하던 ‘무어의 법칙’(반도체 성능은 18개월마다 2배씩 좋아진다는 이론)을 뛰어넘어 ‘1년마다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가 2배씩 증가한다’는 메모리 신성장론을 일컫는다. 삼성전자 황창규 전 반도체총괄 사장(현 기술총괄 사장)이 1997년부터 낸드플래시 메모리 개발에 착수, 2002년 110나노미터(nm) 공정으로 1기가비트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이 같은 법칙을 발표했고 지난해 30나노 64기가비트 제품 개발까지 8년째 이를 입증해 보였다. 삼성전자가 생산성을 높여갈 경우 감산 전략으로 치킨게임을 끝내려던 후발업체들이 적잖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