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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자기개발

원점에서다 - Back to the Basics

원점에 서다.
무엇이든 일단 부정해 봄으로써 철저히 근본까지 파헤쳐보자는 것이다. 즉, 기존에는 아무 의심없이 관행처럼 따르고 있던 일들에 대해서도 '이 일을 안하면 회사가 망하는가?', '이 일을 안 하면 어떤 피해가 있는가', '이일을 없애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가?' 등을 원점에서부터 따지고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개인또한 마찬가지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행동한다면 탁월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가 있다 각자의 자리를 다시 한 번돌아보라 지금 당신이 하는 일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하지 않아되되는 일을 하고 있지는 않은가? 해야만하는 일을 등한시 하고 있지는 않은가? 기본으로 돌아가서 목적을 생각하라는 말이 비단 기업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자리에서 목적의식을 갖고 일을 한다면 사회의 불필요한 비용은 자츰 줄어들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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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목적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가 하는 모든일을 떠올려보자. 목적없이 이뤄지는 일이 하나라도 있을까? 하지만 우리들은 그 사실을 분명히 이식하고 생동하지 못한다. 아무생각없이 습과적으로 움직이며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이 일을 도대체 왜 하는지, 이것이 왜 필요한지, 다시 말해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보도록 하자. 단지 일의 목적을 상기하는 것만으로도 일과 삶 전체가 엄청나게 바뀌는 것을 느낄 수 있다.
 
47
그릇된 목적
확고한 목적의식을 갖고 일을 진행한다해도 문제가 끈나는 건 아니다. 목적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배가 산으로 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목적을 올바르게 설정하기 위해서는 하고자하는 일을 완전히 이해해야 한다. 눈을 가리는 현실의 여러가지 장막을 거둬 내고 본질을 꿰뚤어라. 근복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라 주변 환경과 상황에 따라 융동성을 발휘하면서도 최종 목적을 당ㄹ성할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일을 행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87
필요없는 목적
필요하지도 않은 일에 신경을 쏟을 만큰 한가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우리는 혹시 규율과 원리원칙,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고지식함의 포로가 된것은 아닐까? 우리를 옭아맨 사슬이 강하면 강할수록 필요없는 목적은 더욱 늘어만 간다. 중요한건 생명력 없는 서류양깃을 꼼꼼히 매우는 일이 아니다. 시퍼렇게 살아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본질적인 목적을 향해 곧바로 육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하고 있는 모든 업무는 진전 필요한 업무인지 다시금 돌아보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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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형 인간
뿌리까직 썩은 나무는 가지 몇개를 잘라내도 다시 살아나지 않는다. 이아ㅗ 마찬가지로 원래의 목적을 잊고 지금 하는 방식의 개선에만 골몰한다고 해서 현실의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목적의 중요성을 알았다 하더라도 어쩌다 한두 번 생각하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하루하루 매 순간 숨은 진두를 캐내듯 원래의 목적을 예리하게 떠 올리며 전력투구하라. 일상생활속에 자연스럼게 목저의식이 뿌리내린 '목적형 인간'으로 진화하는 길마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수령이다.
 
 
 
삼성은 왜 이 책을 필수교재로 삼았나?
모두가 창조와 혁신을 이야기하며 남다르게 일하기를 장려했을 때 삼성에서는 오히려 이 책을 내세우며 ‘Back to the basics’, 즉, 기본에 충실하기를 당부했다. 창조와 혁신도 기본이 갖추어져 있는 상태여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삼성에서 세 번이나 사내 출간하고 사원들의 필독서로 지정했던 『원점에 서다』는 모든 창조경영의 핵심이 바로 목적 지향적 사고에 있다고 강조한다. 원점으로 돌아가 일의 진정한 목적을 살펴보는 데서 시작해야 비로소 기업의 경쟁력이 살아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의 경영 컨설팅을 담당한 바 있는 JEMCO사의 회장인 저자는 일의 원점, 즉, 근본 목적을 망각한 사례를 들며 목적의 중요성을 역설하였다.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비용만 낭비하는 기업 행태를 바꿔보고 싶은가? 매일 하던 일만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무기력한 인간에서 벗어나고 싶은가? CEO에서 말단사원까지 원점으로 돌아가 목적에 집중하라!

자가용 주차를 위해 지하철을 탄다?
지하철 출퇴근이 힘들어 차를 뽑은 샐러리맨이 있다. 차가 나온 날, 기뻐하며 차를 끌고 회사에 갔지만 주차장은 이미 꽉 차있었다. 그 다음날, 그는 꼭두새벽에 차를 몰아 회사 근처 주차 공간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너무 이른 시간이라 회사는 닫혀 있었다. 결국 그는 지하철을 타고 집에 가서 밥을 먹은 후 다시 지하철을 타고 출근했다.
너무 어이가 없어 실소가 터지는 이 일화는『원점에 서다』 가장 첫머리에 목적을 잊은 대표적 사례로 등장한다. 그러나 이 샐러리맨이 어리석다고 비웃기는 아직 이르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을 돌이켜보면 이 샐러리맨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보고서 작성 때문에 열을 올리고, 결재서류에 도장 한번 받으려고 기를 쓰며 상사들을 따라다닌다. 물론 변명할 거리는 많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지금껏 그렇게 해왔으니까.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관리’라는 것의 진정한 목적은문서 폼에 맞추어 완벽한 문서를 작성하는 것에 있지 않다. 관리의 근본 목적은 리스크를 최소로 줄이고 이익은 최대로 늘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고서 작성에 목을 매고 여러개의 도장을 받으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자신의 주된 업무를 등한시하는 순간, 기업에는 이미 손실이 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
일본의 유명한 경영 컨설턴트인 저자는 다년간의 다양한 경험을 통해 기업의 진정한 경쟁력이 ‘목적의식’에 있음을 깨닫고 이 책 『원점에 서다』를 펴냈다. 획기적인 변혁을 이루기 위해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목적을 확인해야한다는 그의 주장은 당시 경제 위기를 겪고 있던 일본인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일본의 기업문화를 바꾸어 놓았다. 쉽고도 재미있게 엮인 실화는 술술 읽힐 정도로 소화하기 쉬우나, 사물을 바라보는 근본 시각을 바꾸어 놓을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지니고 있다.
저자는 목적의식이 분명하지 않아 경영상 손실을 입은 기업의 사례를 잊혀진 목적, 그릇된 목적, 필요 없는 목적, 지나친 목적, 부족한 목적 등, 다섯 가지로 나누어 정리했다. 직접 경영 현장에서 실무에 관련된 컨설팅을 해왔기에 책의 내용도 실제 업무와 밀착되어있어, 기업에서 바로 응용하여 적용 가능할 정도다. 물론 개인 또한 자신의 업무 내용과 일상생활을 하면서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에 대해 다시 한 번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10년 뒤에도 살아남을 기업은 목적의식이 다르다
얼마 전 발표된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한국위기론’에 온 나라가 떠들썩해졌다. 글로벌 경쟁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기업들의 경영혁신 의지도 거세진 것이다. 그러나 ‘혁신’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그 근본까지 파헤치려 노력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 기업이 대부분이다. 원점까지 거슬러 올라가 목적을 파악한 후, 만약 필요 없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 또, 목적에 맞지 않는 일이면 목적에 맞추어 업무를 재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것이 바로 경영의 기본이요, 혁신의 기본이다. 목적을 분명히 알고 시작하는 기업과 목적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되는대로 운영하는 기업의 10년 후는 분명히 다르다. 목적 없이 부유하는 기업이라면 그 크기와 관련 없이 무한경쟁 시대를 버텨내지 못하고 퇴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CEO를 꿈꾸는 그대, 목적형 인재로 진화하라!
기업에서 가장 원하는 인재는 끊임없이 목적을 재확인해 가면서 행동하는 목적형 인재다. 아무리 많은 수익을 내는 사원이라 할지라도 현대의 기업이 추구하는 목적인 ‘지속 가능한 개발’과는 어긋나는 형태로 수익을 창출한다면 기업의 입장에서는 그를 ‘인재’로 볼 수 없지 않겠는가. 기업의 궁극적인 목적을 이루기 위하여 모든 업무를 목적 지향적으로 재편성하고 끊임없이 목적을 업그레이드하는 인재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목적형 인재가 되려면 사고방식이라든가 행동, 업무를 개혁하며 다시 한 번 원점으로 되돌아가서 사물을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원래의 목적을 잊고 지금 하는 방식의 개선에만 골몰한다고 해서 현실의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목적의 중요성을 알았더라도 어쩌다 한두 번 생각하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하루하루, 매 순간순간마다 원래의 목적을 떠올리며 생활해야 한다.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뿌리내린 ‘목적형 인간’으로 진화하라! 그 길만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인터파크 제공]
 
 
 
 
 

원점에 서다』부분 발췌문

1. 잊혀진 목적

샐러리맨과 주차

주차를 위해 지하철을 타다

다음과 같은 우스갯소리가 있다. 어떤 샐러리맨이 꿈에서도 바라던 차를 사기 위해 매달 꼬박꼬박 저금을 하여 마침내 소망하던 승용차를 샀다. 이제 그는 날마다 새 차를 몰고 회사에 출근하는 일이 이만저만 기쁜 게 아니었다. 매일 교통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서 몇시에 집에서 나서야 도심에 있는 회사에 지각하지 않고 출근할 수 있는지 치밀하게 계획을 짠 후 차를 몰고 나섰다.

그런데 그 샐러리맨은 언제나 회사에 지각을 하게 되었다. 회사 근처에 와서 주차할 자리를 찾는 일이 좀처럼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사 근처의 주차장은 늘 꽉 차 있어서 할 수 없이 엉뚱한 곳에 차를 주차시켜 놓고 회사까지 5분, 때로는 10분이나 걸어서 출근하는 일이 잦았다.

딱하게 된 그는 여러모로 궁리도 해보고 고민도 하던 끝에 한가지 결론을 내렸다.

‘그렇지. 여느 때보다 훨씬 일찍 나와서 가까운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면 될 거야.’

이튿날 그는 꼭두새벽에 차를 몰고 집을 나섰다. 길이 텅 비어 신나게 차를 몰아 일찌감치 회사 근처 주차장에 도착했다. 역시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그는 신이 나서 가장 좋은 자리에 차를 주차시켜 놓았다.

‘역시 서둘러 집을 나오니 제일 좋은 자리에 차를 세울 수 있게 되었군’ 하고 흐뭇해했다.

그런데 정작 그 다음이 문제였다. 아직 출근시간이 되려면 두어 시간이나 남았고 회사 문은 닫혀 있는 데다 근처의 카페 역시 문을 열려면 멀었다. 어디서 시간을 보낼 것인가? 더구나 그는 아침식사도 못 했으니 배고픈 것을 참고 길에 서 있을 수도 없지 않은가?

할 수 없이 그는 가까운 역까지 걸어가서 전철을 타고 일단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 뒤 아침을 먹고 다시 시간 맞추어 전철을 타고 회사에 출근했다.

목적을 잊은 습관적 행동

이런 이야기를 듣게 되면 우리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이 샐러리맨은 목적이 어디 있는지, 문제의 본질을 어떤 식으로 파악해야 하는지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를 단지 우스갯소리라고 웃어넘기기엔 아주 중요한 교훈이 숨어 있다. 왜냐하면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일을 흔히 저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를 하고 이를 닦는다. 이를 닦는 목적은 첫째가 충치예방에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충치가 생기는 것은 주로 잠자는 동안이니까 이를 닦으려면 밤에 잠자기 전에 닦아야 할 것이다. 그러니 아침에 이를 닦고 나서 식사를 하고 그길로 출근한다면 온종일 충치가 생길 조건을 갖추어놓는 결과가 된다.

독자 중에는 이렇게 말하면 지나친 비약이라고 할 분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본래의 목적이라든가 본질은 잊어버린 채, 단지 습관에 따라서만 행동하고 있는 사람도 많고, 앞서 말한 우스갯거리가 될 행동을 일삼고 있는 경우도 흔히 있다.

이 장에서는 문제의 핵심에 접근하기 전에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이와 비슷한 문제에 대해서 잠시 검토해보도록 하겠다.

2. 그릇된 목적

수위와 도둑

도둑을 맞이하기 위한 경비원의 정기 순찰

자승자박. 즉 자기가 꼰 새끼줄로 자기 자신을 묶어버리는 어처구니없는 사례가 기업에는 많이 있다. 다음은 어떤 회사에서 필자가 실제로 겪었던 일인데 목적을 착각한 대표적인 사례이기에 소개한다.

그때 마침 의뢰받은 회사의 컨설팅이 거의 끝나가는 무렵이라 최종보고와 강평에 필요한 자료들을 정리 하느라 필자는 늦게까지 사무실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어느덧 10시가 되자 순찰차 들렀던 수위가 인사를 했다.

“선생님, 늦게까지 수고가 많으시군요.”

“예, 감사합니다. 그런데 매일 밤늦게 순찰하시니 고되시겠네요.”

“아니 뭘요. 이젠 몸에 뱄답니다. 오늘은 야근 담당인데 밤중에 두 번만 돌면 되지요. 이 방에는 밤 10시와 새벽 2시에 들르게 되어 있어요.”

요즘에는 어느 기업이건 수위들이 순찰용 시계를 들고 구내순찰을 돌게 되어 있다. 미리 정해진 코스를 지정 시간대로 맞춰 순찰을 하면서 순찰함에 시간 기록을 남긴다.

만약 지정 시간에 지정 장소를 순찰하지 않으면 기록에 증거가 남기 때문에 근무태만이라 하여 문책당하게 된다. 그래서 수위들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지정 코스를 지정 시간에 맞춰 순찰하고 있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 것일까? 만약 도둑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위가 지정 코스를 지정 시간에 맞춰 순찰한다는 것은 매우 편리한 일이 아닐까? 수위가 지나지 않는 곳으로 또는 수위가 지나지 않는 시간에 몰래 숨어 들어가면 절대로 들킬 리가 없으니 오히려 도둑에게 도둑질할 기회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 아닌가?

필자는 순찰의 목적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나 해서 수위에게 물어보았다.

“야간순찰 도중에 도둑을 잡은 일이 있습니까?”

“아, 그게 바로 얼마 전에 있었지요. 오밤중에 저희 집에서 급한 일이라고 전화가 왔지 뭡니까. 그래서 제 동료가 순찰 중인 저를 찾으려고 제가 도는 코스를 뒤따라 쫓아오다가 영업부 제품창고 모퉁이에서 도둑놈과 맞닥뜨렸던 거예요. 그곳은 제가 순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었는데 말이지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한 6, 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필자의 예측은 딱 들어맞았다.

“요즘 도둑놈들은 무척이나 약아빠졌어요.”

이 수위는 도둑의 지능을 칭찬할 게 아니라 자신들의 어리석음을 자책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도대체 이 회사는 수위의 순찰목적이 규칙적인 산책을 시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일까?

3. 필요 없는 목적

수다스러운 볼트와 너트

무료한 주부를 위한 심심풀이 부업?

어떤 공장에서 부족한 일손을 메우기 위해 공장 주변 주택가의 가정주부들을 파트타임으로 채용하여 단순작업을 맡겨놓고 있었다. 그 주부들은 한결같이 4, 5명씩 마주 앉아서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고 즐거운지 재잘거리면서 볼트와 너트를 집어들었다. 오른손으로 집은 볼트를 너트 구멍에 대고 돌려서 끼우고, 이것이 한 무더기가 되면 옆에 놓인 저울로 달아서 일정한 중량을 채워 비닐봉지에 담는 작업이었다.

필자는 그 작업과정을 지켜보다가 도대체 이 주부들은 어떤 목적으로 이들 볼트와 너트를 끼워맞추고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었다. 물론 그들이야 개당 얼마라는 품삯을 받기 위한 돈벌이의 목적으로 할 뿐이다. 그렇다면 기업에서 임금까지 주어가며 이 작업을 위탁하는 목적은 무엇인가?

가전제품을 사면 고정용 부속품으로 볼트와 너트가 따라 오는 경우가 있다. 필요한 것은 4개인데 대개 한 개쯤은 여분으로 더 준다. 구매자는 이 볼트와 너트가 담긴 비닐봉지를 뜯어 볼트와 너트를 꺼내고 결합된 볼트와 너트를 다시 풀어서 사용하게 된다. 이렇게 최종 사용단계에서 다시 풀게 되는 것을 어째서 번거롭게 끼워맞춰서 주는 것일까?

볼트와 너트가 잘 맞는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한 것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요즘은 볼트와 너트의 정밀도가 굉장히 높아서 1만 개에 한두 개의 불량품이 나올까 말까다. 4개가 필요한 경우에 1개를 추가로 넣어주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 볼트와 너트의 원가만 생각해도 25%의 원가상승 요인이 되는데 필요한 4개만 넣어서는 안 될 이유가 어디 있는가? 필자는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이러한 의문을 풀 수 없었다.

경영자는 일손이 달리느니 인건비가 비싸게 먹힌다느니 원가가 많이 먹혀 이윤이 줄어든다느니 하고 우는소리만 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품을 들이고 필요 이상의 것을 넣어주는 낭비부터 없애야 하지 않을까? 이런 식의 헛일을 이밖에도 많이 하고 있지는 않은지 냉철한 눈으로 검토하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회사가 심심풀이로 볼트와 너트의 결합작업을 시킬 필요는 없다. 수다스러운 주부들의 부수입을 올려주는 것이 이 회사의 경영목적일 리는 없지 않은가?

4. 지나친 목적

지나친 청소

더 줄일 수 없는 22명의 청소부

어떤 제약회사에서 2년에 걸쳐 간접부문의 합리화를 강력하게 추진해왔다. 영업부문만이 아니라 공장의 간접부분에 이르기까지 철저한 의식개혁을 추진하여 관리부문의 인원을 30% 정도까지 줄이는 크나큰 성과를 거두었다.

“선생님, 아직도 더 줄일 여지는 있습니다. 현재 저희 회사에는 공장 내의 청소나 사무실 청소, 그리고 구내의 조경미화를 맡고 있는 아주머니들이 22명이나 되는데 이번에는 이들 청소 아주머니들에 대한 인건비절감 문제를 다루어보아야 하겠습니다.”

서무과장 요시다 씨가 이렇게 요청했다.

‘공장이 넓고 크다 보니 청소부도 22명이나 되는군!’ 하고 약간 놀라면서 필자는 곧바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우선 청소업무의 범위와 내용을 철저하게 조사해보니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의 작업순서는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매일 틀에 박힌 일의 반복이었다. 아침 8시부터 9시까지는 1, 2층 화장실 청소, 9시부터 10시까지는 복도 청소, 10시부터 11시까지는 현관 청소… 이런 식으로 작업시간과 담당구역이 정해져 있어 담당자들이 시간표대로 작업을 하고 나면 하루 일과가 끝나게 되어 있었다.

조사를 맡았던 서무계의 아라이 씨는 필자에게 인원감축이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했다.

“선생님, 철저하게 조사를 해보았는데 실상 할 일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러니 다들 한가하게 쉬기는커녕 온종일 부지런히 일하고 있어 도저히 인원을 줄일 수 없겠습니다.”

그러나 필자는 개선에는 절대 불가능이란 없다는 신념을 갖고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개선할 여지는 있는 것이다. 예컨대 날마다 1시간씩 복도 청소를 하기보다는 차라리 양탄자를 까는 편이 나을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그렇게 하면 청소는 거의 불필요할 테고 앞으로 더욱더 오를 인건비를 생각할 때 청소 작업에 들어가는 인건비보다 양탄자 구입에 조기투자하는 것이 더 싸게 먹힐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목돈을 들여서라도 양탄자를 까는 편이 더 유리할 것이다.

12명에서 4명으로 대폭 감소한 청소부

청소 아주머니 중 12명은 건물 내부가 아니라 구내의 도로라든가 정원의 잔디밭을 맡고 있다고 한다. 각 공장 사이의 도로는 끊임없이 온갖 차량이 오가기 때문에 줄곧 청소를 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정원의 잔디밭은 매일같이 청소할 필요가 없을 듯해서 서무계 아라이 씨에게 물어보았다.

“매일 정원의 잔디를 깎고 잡초를 뽑더군요. 그것을 사흘에 한 번, 또는 일주일에 한 번만 한다면 인건비를 절약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예, 그렇지만 청소나 정원손질은 매일 규칙적으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래도 지저분해지지 않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그의 옷차림을 보니 근무복 역시 깨끗한 것이 새로 갈아입은 듯했다.

“정원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막고 깨끗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작업의 목적이라면 여기저기 휴지통을 마련해두면 어떨까요.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아무나 본 사람이 그때그때 주워 휴지통에 넣게 하면 목적은 충분히 달성되지 않을까요? 그리고 별로 눈에 띄지도 않는 잡초는 사흘쯤 내버려두더라도 그렇게 보기 흉할 것은 없을 텐데요?”

필자가 이렇게 말했지만 그는 여전히 매일 청소를 하는 편이 깨끗하다는 말만을 반복하며 물러서려 하지 않았다.

“그럼 사무실이나 공장 내부를 맡은 사람은 날마다 창을 닦습니까?”

“아니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건 왜 그렇지요? 유리창도 매일 닦아야만 깨끗하고 보기 좋지 않은가요?”

“이 근처는 매연도 없고 워낙 공기가 깨끗해서 매일 닦지 않아도 별로 더러워지지 않으니까요.”

“그렇다면 정원도 마찬가지 아니겠어요? 당신 말대로 날마다 하는 것과 사흘에 한 번 하는 것과 어느정도 차이가 나는지 한번 시험해봅시다.”

이렇게 하여 사흘 동안 정원손질을 중지시켰다. 나흘째 되는 날 정원손질이 시작되기 직전 아라이 씨를 불러 총무부장과 그 밖의 여러사람이 모인 곳에서 물어보았다.

“잠시 저 창밖의 정원을 보십시오. 잔디밭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푸른 잔디밭은 언제 봐도 눈을 시원하게 해주지요. 피로할 때 저 푸른 잔디를 보면 마음까지도 시원해진답니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한결같았다. 그들은 어느 누구도 사흘 동안 작업을 중지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필자가 질문한 경위를 설명하자 그제야 모든 사람이 사실을 인정했다. 그후 그 회사의 정원청소담당은 4명으로 줄고 사흘에 한 번씩만 손질하게 되었다.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이 실상은 과도한 짓일 경우가 많다. 불필요한 일로 인건비를 낭비하는 사태는 이런 사례 이외에도 상당히 많지 않을까?

5. 부족한 목적

임금님의 우산

완벽한 우산은 완벽하지 않다

프랑스의 철학자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말했지만 필자는 ‘인간은 생각한다. 그래서 진보와 발전이 이루어진다’는 신념으로 오늘날까지 ‘개선’을 주장하며 실천해왔다.

여기서 소개하는 것은 어떤 우산회사의 공장장과 주고받은 대화이다.

“선생님은 언제나 모든 제품에는 그 목적과 기능을 완전히 수행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하셨지요? 저희가 개발한 이 우산은 어떻습니까? 우리는 이거야말로 완전한 우산, 그 목적을 완전히 실현하고 있는 제품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날의 종이우산은 무겁고 찢어지기 쉬웠지요. 그래서 기름종이를 직물로 바꿨고, 대나무 살과 대를 경금속으로 개선했습니다. 직물에도 방수처리가 되어 가볍고 튼튼합니다. 길어서 다루기 힘들다는 불만이 있어서 2단으로 접게 만들었고, 그러다 보니 펴들 때 불편하다 해서 이번에는 자동버튼 장치를 달았습니다. 버튼만 누르면 저절로 펴지게 되었으니 더이상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공장장의 자화자찬에 필자가 답했다.

“많이 개선된 점은 인정해드리지요. 그렇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닙니다. 개선에는 끝이 있을 수 없으니까요. 당신은 아직도 개선의 참뜻을 모르고 있어요. 한가지 질문을 해볼까요? 펴는 것은 자동으로 폈는데 다음에 접을 때는 어떻습니까? 접는 것도 자동으로 되나요? 그러니까 50점밖에 안 되는 겁니다. 나 같으면 이렇게 연구하겠어요. 버튼을 누르면 우산이 진동을 해서 붙어 있던 물방울이 자동으로 털리고 그다음에는 우산대가 반으로 줄어들고 우산살도 자동으로 척척 접혀지는 것 말입니다. 펴는 것, 접는 것 모두가 자동이어야만 완전자동 원터치의 100점짜리가 아니겠어요? 그렇지만 그때 가면 또다시 개선할 점이 나올 겁니다.”

“아이고, 이거, 듣고 보니 정말 그렇군요. 정말 제가 너무 콧대가 높았습니다.”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처럼 이 공장장은 자신에 넘쳐서 의심할 줄을 모르고 자만에 빠져 있었던 것이다.

완전한 제품, 완벽한 제품이란 있을 수 없다. 어느 한 시점에서는 100점이었던 제품도 다른 분야의 기술혁신에 따라 새로운 소재,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면 다시 한 번 개선과 발전의 계기를 맞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이상에 끝이 없고 욕망도 무한한 이상 오늘 이 시점에서는 완전하고 완벽하게 목적을 실현하고 있다 하더라도 내일이 되면 이미 무엇인가 부족하고 개선해야 할 것으로 바뀌게 마련이다. 그 사실을 깊이 명심해야 할 것이다.

6. 목적형 인간

냉동식품

아이디어까지 냉동시켜버린 회사

좀처럼 내리지 않던 눈이 소복하게 내려 쌓인 어느 겨울날 아침, 필자는 ‘돌아오는 길은 엉망이 되겠군!’ 하고 생각하면서 어떤 냉동식품회사를 방문했던 일이 있다.

그 회사는 냉동기술의 발달과 슈퍼마켓의 번영, 가정용 냉장고의 보급확대에 따라 급격하게 증대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즐거운 비명을 지르면서 증산에 이은 증산으로 활기에 넘쳐 있었다.

우선 사무실로 안내받고 이어서 공장개선의 의뢰를 받은 현장으로 가기 전에 온갖 생선이나 육류가 가공·냉동되어 냉동고에 저장되는 과정을 자세하게 들으면서 시찰했다.

이윽고 본래의 목적지인 크로켓 제조부문에 이르렀다.

“사실 선생님께 지도를 의뢰한 것은 이 크로켓 제조라인입니다. 선생님께서 많이 보신 다른 공장들과는 전혀 딴판이긴 하지만 차례차례 자세히 설명드릴 테니까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시면 지도해주십시오. 상사로부터 무조건, 무엇이든 개선하라는 엄명이 내려오고 있지만 좀체 그럴듯한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서 애를 먹고 있습니다.”

그의 설명에 의하면 우선 재료를 혼합해서 반죽을 하면 크로켓의 소재가 되는데 그것을 대형프레스로 눌러서 여러 개의 크로켓을 틀에서 뽑아낸다고 한다. 이것을 다시 냉동시켜 단단하게 만든 다음 빵가루를 입히면 완성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하루에 몇만 개씩 생산하는 것이라 가정에서 만드는 방법과는 다르군!’ 하고 감탄을 했다.

“그럼 이 크로켓 제조공정표를 좀 봅시다.”

이렇게 청하자 즉시 공정표를 보여주는데 거기에는 제1공정 프레스, 제2공정 냉동, 제3공정 피 씌우기… 라는 식으로만 기재되어 있었다.

‘어허, 이건 현상과 방법만 기재했을 뿐이군. 가장 중요한 목적이 적혀 있지 않잖아!’ 하고 생각했다.

“제1공정 프레스라고 되어 있는데 그 작업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예, 그것은 성형, 즉 형태를 갖추게 하는 것이지요”

“그럼 제2공정의 냉동은?”

“성형된 크로켓이 부서지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실은 이것이 중대한 문제이다. 제1공정 프레스, 제2공정 냉동 이렇게만 해두면 프레스를 하기 위해서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인가 하는 발상만이 떠오를 뿐이며 냉동에서는 냉동의 방법론만이 문제의 초점이 될 뿐이다.

그러나 목적을 중시해서 제1공정 프레스라고 하지 않고 제1공정 성형이라고 써놓으면 프레스 이외에도 성형을 위한 여러가지 방법이 나올 수 있다.

제2공정 역시 냉동이 아니라 형태유지, 부서짐 방지가 목적이라고 하게 되면 구태여 냉동을 하지 않고도 방법은 여러가지가 될 수 있다.

목적을 중시하는 것은 얼마나 기본적인 문제인가. 이런 식으로 목적을 직시하게 되면 여러가지 좋은 발상이 떠오를 수 있는데 이 회사는 그런 발상까지 냉동시켜놓았던 것이다. 이 한가지 조언만으로 그 회사는 급속하게 합리화가 추진되었다.




큰 회사에서 작은 신생회사로 옮기니 예산에 대한 많은 통제를 받고 있고, 그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작은 회사이면서도 너무 관료적인 회사의 업무형태를 보면서 많은 문제점을 느꼈는데, 이 책에선 나의 이런 생각이 틀리지 않음을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보여주었다.

너무 공감가는 많은 사례들이 우리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상식과 이른바 정석이라는 것들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주는 쉽고 재밌는 책이다.

내가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인정하는 삼성그룹에서 권하는 필독서 답다.

내용중 건널목지기 과장,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 식용 알코올로 축배, 질책당한 결재부장, 귀부인과 비스킷, 어떤 출장보고서, 말띠 딸 소동, 타임레코더와 시계 등이 참 좋았고, 특히 하늘의 소리, 땅의 소리는 정말 압권이라 일부를 발췌해서 올린다.


"도대체 연구소의 업무를 뭐로 보고 있는지 모르겠어. 기획에서 조사,연구,개발에 이어 대량생산을 위한 시험제작, 생산설계까지 프로젝트의 모든 과정에서 밤을 세워가면서 시간단축을 위해 전력을 기울였는데 막상 생산준비단계에 착수할 단계에서 또다시 기획품의서 작성에 많은 시간을 뺏기게 된단 말이야. 그런데 그 품의서가 올라간지 한달이 다 되어가는데 도대체 지금은 어디 처박혀 있는 것일까? 회사에서는 정말 이 제품을 생산할 의사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겠어. 언제나 절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결재는 부장, 담당이사, 사장만 하면될텐데 어쩌자고 18개의 협조사인까지 받아야 하는 거야?     -- 단순솔직형 사원의 말


아니 그렇게만 단정할 수는 없지. 품의라는 것은 회사에 있어서는 반드시 필요한 거야. 설사 단돈 5천엔인 공구를 하나 구입한다고 해도 관련부서에서 충분히 심의해서 결정해야 되니 21개의 승인도장이 필요하다고. 회사는 각 부서에 권한을 이양한 셈이고 각 부서에는 고유권한이 있기 때문이지. 만약 그 일이 그렇게 급한 것이라면 직접 서류를 들고 각 부서를 돌면서 설명하면 되지 않겠나? 뭐? 간부들은 출장이 잦아서 언제 가보아도 자리가 비어있다고? 그거야 미리미리 조사해 두어야 하지 않겠어?    -- 보수신중형 사원의 말


뭐? 이 품의서가 급한거라고? 음. 알겠네. 언젠가는 틀림없이 자네가 직접 달려올줄 알았지. 그래서 일부러 붙잡고 기다리고 있었던 걸세.   -- 관료독선형 관리직의 말


여보게 이 글자는 잘못되었어. 상용한자에 이런 자는 들어있지 않다네. 그리고 이건 맞춤법도 틀렸고, 여기는 쉼표를 찍어야만 의미가 분명해지네. 그리고 이 품의서의 회람순서도 좀 잘못되었어. 알겠나? K부장보다 S부장에게 먼저 돌려야지. 회사의 서열도 S부장이 위라네. 이런 실수 자주하면 자네 출세에 지장있네. 내 자네를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친절하게 말해주는 거야. 아, 그리고 이 친구에겐 갈 것 없어. 그 친구 요즘 일할 의욕도 없는것 같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는 찬밥신세니까 말이야. 회사로서도 그 친구 협조사인은 별 가치가 없다고 보는 형편이거든.   ---시어머니형 관리직의 말


이게 뭐야? 너무 지나치게 전문적이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걸. 그렇지만 M부장도 L부장도 사인했으니까 괜찮은 거겠지. 전에도 별일 없었으니까 이번에도 믿어도 될거야. 책임은 자네가 지게. 나는 자네만 믿으니까.   ---책임회피형 관리직의 말


도대체 이런 품의서가 무슨 소용이 있나? 협조사인은 무슨 필요가 있고... 애당초 예산이 정해져 있으니 예산안에서 자유재량으로 처리하면 되는 것을 가지고 왜 여러사람을 번거롭고 귀찮게 만드는 건가? 이거 우리 꼴이 뭐야? 예산으로 묶어놓고 다시 하나하나 모조리 따지고 통제하면 견뎌낼 도리가 있겠나? 그러고도 혹시 일이 잘못되면 책임은 누가 지느냔 말이야. 기안부서가 모든 책임을 지는 거라면 이런 협조사인은 왜 받으라는 거야? 난 괜찮아. 책임지고 물러나라면 당장 때려치울 각오가 되어 있네. 그렇지만 다른 사람은 어떤가? 협조사인 했다고 모든 사람이 책임질텐가? 사장까지 결재한 마당에 사장은 전혀 책임 없단 말인가? 사장이 제 손으로 제 목을 쳤다는 말 들어봤나? 그러니 나도 어쩔수 없지. 성질난다고 사표내면 나만 손해니까 말이야. 결국 '악한 자여! 너의 이름은 기계로다' 하게 된다고...    ---비분강개형 관리직의 말


품의서라는 형식은 필요한 거야. 덕분에 나도 30년동안 큰 사고없이 지내올수 있었지. 더구나 협조사인이란 것이 있으니까 일이 잘못되어도 책임은 여러 사람에게 분산되기 마련이고 자기가 사인한 이상, 기안을 맡은 실무책임자를 마구 공격할 수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게다가 입안자 역시 여러 사람의 승인을 받을수 있다면 어느 정도 마음도 놓이고 지나치게 신경쓸 일도 없게 되니 협조사인이야말로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무사안일형 관리직의 말



혹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영화를 보셨나요? 악마같은 보스 미란다는 신참내기 비서 앤드리아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지시를 내립니다. 바로 쌍둥이 딸들이 읽을 미출간된 해리 포터를 구해놓으라는 것이죠. 만약 구하지 못하면 사무실에 돌아올 필요도 없다는 엄포도 함께. 앞이 막막해진 앤드리아는 이제 짤리려나 하늘이 무너졌지만 우여곡절 끝에 최종 검토 단계에 있는 원고를 구해서 미란다에게 제출하는 데 성공합니다. 그런데 이게 왠일이죠? 미란다는 고맙다는 말도 없이 짜증부터 냅니다.  "왜 한 권이야? 쌍둥이들보고 찢어서 보라고?" 하지만 앤드리아는 이렇게 대답하죠. "2권을 카피했습니다. 원고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제본도 했구요. 지금 기차에서 읽고 있을 겁니다. 이건 여분입니다. 혹시나 해서요. 또 뭐 시키실 일은 없나요?"
 
미란다가 내린 지시는 '미출간 해리 포터를 구해오라'는 것입니다. 하지만 앤드리아는 그 지시의 목적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미란다가 그 지시를 내린 이유는 먼 여행을 떠나는 쌍둥이 딸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서이죠. 그래서 시키지 않은 제본도 하고, 쌍둥이들에게 직접 갖다주어서 한 시라도 빨리 읽을 수 있도록 배려까지 마칩니다. 보통의 비서라면 원고 사본 그대로 미란다에게 들고 갔을 것이고 다시 이런 저런 지시를 받아서 기차 출발 전에 쌍둥이들에게 갖다주기 위해 발바닥에 땀나게 뛰어다녔겠죠.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단순히 시키는 일만 하는 기계적인 인간이 아니라 일의 목적을 간파하여 최대한 효율적으로 임무를 완수하는 인재의 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본 최고의 경영컨설팅사인 JEMCO의 회장인 사토 료는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분명한 목적이 있다.'고 강조합니다. 원점으로 돌아가 일의 목적을 상기한다면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고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올릴 수 있는 성공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이죠. 목적을 염두에 두지 않은 개선은 그저 지엽적인 문제를 해결할 뿐 근본적이고 획기적인 진보를 이룰 수 없는 법입니다. 저자는 개선 지향의 사고방식을 강조합니다. 이런 것들이죠. '개선은 영원하고도 무한하다', '어제의 방법은 이미 오늘의 방법이 아니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것만이 최선이라는 아집을 버려라', '누구에게나 개선의 여지는 있다', '로마로 가는 길은 여러 갈래이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자는 구체적인 스킬을 가르쳐주기보다 사고방식의 전환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건 창의력에 관한 역설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창의력에 관한 공식이 있다면 그건 이미 창의적인 공식이 아닌 셈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인지 저자는 큰 틀만 제시하고 이런 저런 사례를 중심으로 굳은 머리를 깨라고 강조합니다. 꽤 오래전에 씌여진 책으로 알고 있는데 지금 읽어도 전혀 무리가 없을 정도인 걸 보면 편집과정에서 신경쓴 엄선이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겠네요. 어떤 상황, 어떤 사람들과 같이 있어도 언제나 기발하면서도 본질을 꿰뚫는 아이디어를 내놓는 걸 보면 '원래 탁월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좌절이 생기기도 하지만 많은 사례를 접하고 이런 저런 궁리를 해보면 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기본에 충실하자는 이 책은 삼성그룹에서 세 번이나 사내 출간되었고 직원들의 필독서로 읽혔다고 합니다. 그게 사실인가 확인하기 위해 삼성전자에 다니고 있는 친척에게 물어봤죠. 결론은.... 네, 맞답니다. 필수교재로 몇 번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네요. 그럼 이 교육에 대해 직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대해서 추가질문을 했습니다. 흠.. 이건 부정적이네요. 시키는 일만 해도 정신없는데 일의 목적은 무슨 얼어죽을 목적이냐는 것이 직원들의 대체적인 분위기라고 하는군요;;; 일의 원점으로 돌아가 목적을 상기하는 것은 몇몇 사람의 노력으로 한계가 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직속상사나 그 위로 올라가는 위계체계 내에서 이런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다면 흐지부지될 수밖에 없거든요. 경영진의 의지는 가상하지만 아직 삼성에서도 조직 전반으로 혁신사고가 확산되지는 못했구나라는 아쉬움이 있네요.
 
직원들의 이런 냉담한 반응은 이런 교육들이 모두 회사만의 이익을 위한 것, 상사들이 지들 편하자고 시키는 교육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그런 점은 분명히 있을 거예요. 앞에서 예로 들었던 미란다만 해도 앤드리아처럼 하나를 말해도 열을 알아듣고 척척 해내는 비서를 데리고 있다면 얼마나 편하겠습니까. 그런데 이런 업무능력, 사고능력은 직원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몰입(Flow)라는 개념을 창안한 미하이 칙센트미하이는 일을 통해 얻는 성취감과 만족함, 행복감을 강조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인생 전체의 만족도를 높이는 데에도 아주 중요하다고 말하죠. 왜냐하면 우리는 인생의 대부분의 시간을 직장에서 보내기 때문입니다. 직장에서 행복하지 못한데 인생이 행복하기는 힘든 법이죠. 이 책의 저자 역시 일을 함에 있어 막힘이 없이 순리대로 흘러가게 하는 목적형 인재야말로 일의 보람을 느끼고 상사와 동료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목적형 인재로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만 있다면 꼭 그 회사가 아니더라도 여러 회사에서 서로 데려가지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러니 이런 교육을 너무 적대시하지 마시고 적절하게 잘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B2B 원점사고법을 기록삼아 옮겨둡니다.
 
1) 잊혀진 목적 (Forgotten Purpose)
목적 없이 이뤄지는 일은 하나도 없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무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움직이며 아까운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다. 이 일은 도대체 왜 하는지, 이것이 왜 필요한지, 다시 말해 일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생각해보도록 하자.
 
2) 그릇된 목적 (Wrong Purpose)
확고한 목적의식을 갖고 일을 진행한다 해도 문제가 끝나는 건 아니다. 목적 자체가 잘못되었다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눈을 가리는 현실의 여러가지 장막을 거둬내고 본질을 꿰뚫어라. '근본적인 목적'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상기하라.
 
3) 필요 없는 목적 (Needless Purpose)
우리는 혹시 규율과 원리원칙, 그것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고지식함의 포로가 된 것은 아닐까? 중요한 건 생명력 없는 서류양식을 꼼꼼히 메우는 일이 아니다. 시퍼렇게 살아 움직이는 현실 속에서 본질적인 목적을 향해 곧바로 육박해 들어가는 것이다.
 
4) 지나친 목적 (Excessive Purpose)
목적한 일의 세부적인 사항을 챙기는 것은 좋지만 지나치게 세심해지면 안 한 것만 못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 가장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마지노선을 확인하라. 지나친 것은 늘 모자란 것보다 못하다.
 
5) 부족한 목적 (Defective Purpose)
시간이 흐르면 지금 있는 모든 것은 낡기 마련이다. 영원한 목적이란 것도 없다. 변혁을 거듭하고 있는 세상에서 새롭게 떠오른 목적에 부합할 수 없다면 더이상 번영도 없다. 더 큰 성공을 위해 목적 자체를 끊임없이 업그레이드하라.
 
6) 목적형 인간 (Object-Oriented Human-Being)
목적의 중요성을 알았더라도 어쩌다 한두 번 생각하는 식으로는 부족하다. 일상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목적의식이 뿌리내린 '목적형 인간'으로 진화하는 길만이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분수령이 된다.
 
인상깊은 구절 : 요즘에는 어느 기업이건 수위들이 순찰용 시계를 들고 구내순찰을 돌게 되어 있다. 미리 정해진 코스를 지정 시간대로 맞춰 순찰을 하면서 순찰함에 시간 기록을 남긴다. 만약 지정 시간에 지정 장소를 순찰하지 않으면 기록에 증거가 남기 때문에 근무태만이라 하여 문책당하게 된다. 그래서 수위들은 시계처럼 정확하게 지정 코스를 지정 시간에 맞춰 순찰하고 있다. 그런데 이래도 되는 것일까? 만약 도둑의 입장에서 본다면 수위가 지정 코스를 지정 시간에 맞춰 순찰한다는 것은 매우 편리한 일이 아닐까? 도대체 이 회사는 수위의 순찰목적이 규칙적인 산책을 시키는 데 있다고 보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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