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중일기
별들의고향, 상도, 해신... 등의 많은 문학작품을 쓴 최인호작가의 선답 에세이집 이다.
저자 일상의 느낌이지만 특유의 재미있와 관찰력으로 생각할 해 볼 수 있는 내용으로 쓰여 졌는데... 잔잔히 생각해보고 깊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책이다.
P21.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치지 않게...
불가에서 낼오는 설화 중에 다음과 같은 대목이 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다.
"스님, 제가 노력한다면 얼마만에 도를 이룰 수 있게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한 3년이면 되겠지"
성미급한 제자가 말했다.
"3년은 너무 깁니다. 저는 밤잠도 자지 않고 불철주야로 노력하겠습니다. 그러면 얼마만에 도를 이룰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그러하겠느냐? 그러면 30년 걸리겠구나"
제자가 어리둥절해 물었다.
"조금 전에는 3년이면 도를 이룰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째서 불철주야로 노력하는데 30년이 걸릴 것이라고 말씀하십니까? 저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빨리 도를 이루고 싶습니다."
그러자 스승이 대답했다.
"그렇담 앞으로 300년이 걸리겠구나"
그러고 나서 스승은 제자에게 다음과 같은 금언을 남긴다.
'월급월만'
급하면 급할 수록 천천히 해야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우리의 옛 속담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느리다'는 개념과 '천천히'라는 개념은 전혀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느린 사람은 자신이 모든것에 여유를 갖고 천천히 한다고 변명하지만 실은 게으르고 방일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내가 천천히 그리고 또박또박, 마치 옛날의 스님들이 경판을 세길 때 한 자의 글을 새기고 절을 삼배 올리고, 한 권의 경전을 새기고 목용재계하였던 것처럼 글을 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글 뿐만 아니라 삶 자체도 그렇게 변화해서 살아가고 싶다. 천천히 커피를 마시고, 천천히 차를 몰고ㅡ 천천히 책을읽고, 천천히 밥을 먹고, 천천히 잠을 자고, 그러나 그 천천함에도 지나치지 않게.
P68.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생긴다. 이것이 없으므로 저것이 없고, 이것이 멸하므로 저것이 멸한다' 라는 자경설에 나오는 부처님의 말씀은 진리이다.
이 말씀은 인간의 모든일이 연기(緣起)의 법에 따라 일어나고, 인간의 일들은 인(因)과 연(緣)이 서로 의존하고 관계하여 결과를 이룬다는 불교의 핵심적인 진리인 것이다.
이세상의 모든일들은 어느것 하나 사라져 버리는것이 없다. 나쁜말 한마디도 그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어디론가 날아가 어디엔가 씨앗으로 떨어져 나쁜결과를 맺으며, 좋은 인연도 드대로 사라지는 법이 없이 어디에선가 씨앗으로 떨어져 좋은 열매를 맺는 것이다.
->나 역시 종교가 불교는 아니지만 '연기'를 믿는다. 모든 일에 대한 노력(에너지)에 따라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그것이 돌아오는것을 30년이 조금 넘은 나이이지만 항상 경험하고 살아가고 있다. 그래서 언제나 열정을 가지고 살아 가려 한다
P119.
남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은 받은 사람으로 부터 되갚음을 받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에게 복덕을 지은것이다. 남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은 결국 자신에게 자비를 베푼 셈이다. 따라서 남에게 베푼 자비는 베푼 순간 잊어버려야 한다. 심지어 부모들도 자기 아이를 키운 은혜를 잊어야 한다.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하는 집착은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남에게 베푼 보시에 집착하기보다 더 어려운 것은 남에게 입은 은혜를 기억하는 일이다
->어떻게 내가 생각하던것과 같은 말씀을 하시다니... 실천은 쉽지가 않지만...
절에가면 항상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대신에, "복 많이 지으세요"라고 인사를 한다.
P176
우리는 모두 눈으로만 사물을 본다. 그러므로 우리는 어찌보면 눈뜬 장님들인지 모른다. 눈을 뜨고도 보지 못한다. 마음의 눈을 감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음보살'은 세관의 소리를 본다는 뜻으로 소리를 보는것은 눈으로 보는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본다는 의미라고 한다.
P181
앉아서 좌선만 하고 있는 마조 곁에서 기왓장을 갈지 시작 하였다. 화가난 마조가 스승에게 물었다.
"도대체 기왓장을 갈아서 무엇을 할 것입니까?
이에 스승이 대답하였다.
"기왓장을 갈아서 거울을 만들까 하네"
이에 마조가 빈정거렸다.
"그렇다고 기왓장이 거울이 되겠습니까?"
이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스승이 소리처 말하였다.
"기왓장이 거울이 될 수 없듯이 좌선으로는 부처가 될 수 없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제자의 질문에 스승이 대답하였다.
"소가 수레를 끌고 가는데 만약 수레가 앞으로 나가지 않는다면 그때는 수레를 다그쳐야 하겠느냐? 아니면 소를 다그쳐야 하겠느냐?"
그리고 나서 스승이 다시 말을 붙혔다.
"그대가 지금 좌선을 익히고 있는 것인지 좌불을 익히고 있는 것인지 도대체 알수가 없군. 혹시 좌선을 익히고 있는 중이라면 선이란 결코 앉아 있는 것이 아니며, 좌불을 익히고 있는 중이라면 부처는 원래 정해지 모양이 없다는 것을 명심하게."
P220
어느 날 스님 하나가 찾아와서 동산에게 물었다.
"추위와 더위가 찾아오면 이를 어떻게 피해야 합니까?"
이에 동산은 대답한다.
"추위와 더위가 없는 곳으로 가면 되지 않겠느냐."
그러자 그 스님이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도채체 어디가 추위와 더위가 업슨 곳입니까?"
이에 동산은 대답한다.
"추울 때는 그대를 더욱 춥게하고 더울때는 그대를 더욱 덥게하는 곳이다."
동산의 가르침은 이러한 으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추위가 찾아 올때에는 더운곳으로 일시적으로 도망칠 것이 아니라 보다 철저히 자신을 춥게 함으로써 추위를 죽이고, 더위가 찾아올 때에는 다시 추운곳으로 피할것이 아니라 보다 철저히 자신을 덥게 함으로써 더위를 죽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의 에세이를 시작하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도 고통이 찾아오면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고통의 심연 속으로 철저히 자신을 던져 극복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
슬픔이 없는 곳은 바로 슬픔이 있는 곳이며, 기쁨이 없는 곳 또한 기끔이 있는 곳이다. 고통과 슬픔을 피해 다니는 공안 세월은 물끄러미 사라져간다.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없는 자리가 바로 고통과 슬픔을 피할 수 있는 곳이다.
P227
우리가 바람에 잠시 일어섰다 눕는 풀처럼 짧은 목숨에 아우성 치고 있는 동안에도, 그곳엔 천년 부터 바람이 불고 있고, 천년전의 물이 계곡을 흘러 내려오고 있다.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은 바람에 불려 떨어지는 나뭇잎 한 조각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무엇으로 정의를 내릴 수 있을 것인가. 우리가 감히 누구의 눈을빌려 그것을 범할 수 있을 것인가. 우리는 초개에도 미치지 못한다. 우리가 세속의 질곡에 갇혀 작은 것 하나 더 쥐려고 아우성거리고 있는 동안에 천 년 내내 불어오는 바람이 사찰의 풍경소리를 흔들고 같다.
P236
담배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은 담배를 끊는 것이 아니라 버리는 일이다. 나는 담배를 끊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나는 담배를 끊은 것이 아니라 버린것이며, 버린 만큼 또 언젠가는 주울 수도 있을 것이다. 영원히 담배를 끊었다는 생각 또항 아집이 아니겠는가. 언젠가 살아가다가 담배를 줍게되면 나는 담배를 피울것이다. 그러나 버리면 또다시 안피울것이다. 자유란, 정신의 자유란 무엇에 집착하고 또 그것을 단찰에 베어내는 행위에서 벗어나, 버릴 수도 있고 가질 수도 있는 무념무사일 때만 가능한것아 아니겠는가
담배를 끊고 싶은 사람은 금연 학교에 입학하는 것이 아니라 은단을 쓰거나 담배를 가위로 끊거나 할것이 아니라 담배를 버림으로써 담배로 부터 자유로워져야 할것이다. 담배를 버리는 마음은 바로 담배만을 버리는 행위가 아니라 담배로 부터 상기되는 욕망, 탐욕, 사사로운 미련, 애욕, 그 모든것을 버리는 마음이며 그것이 바로 마음으로부터 담배를 비워 내는 길일 것이다.
P270
'일 없음이 나의 일이라...'
사람들은 모두가 저마다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무 일도하지 않는 사람을 이 사외는 원하지 않고 자본주의 경제의 거대한 메커니즘 속에서 우리는 모두 부품처럼 자신에게 맡겨진 일에 충실하느라 삶을 조금씩 망각하고 있다. 나는 요즘 내 집을 산속에 틀어박힌 절처럼 이 사회의 망망대해에 고립된 섬으로 만들어 놓고 그곳에 칩거하며 느림과 무사의 철학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아무도 오지않는 곳에서 나는 모든 일들 만나러 조용히 내 삶의 순간들을 더듬어 가고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음이 곧 나의 일이라는 경허으 일갈이 내 귓전을 때린다.
반응형